35. 제 2회 오소리제 X 2026 봄 뒷동산 한바퀴
by
박지연 연구원
2026-07-02

[제 2회 오소리제 X 2026 봄 뒷동산 한바퀴]

오소리의 귀환을 축하한 제2회 오소리제!

땅에 도착하자 꾀꼬리가 우리를 반겼습니다. 멀리서 꿩도 거들었지요.

야생신탁의 진정한 동료인 후원자분들, 리와일딩에 귀를 열고 다가와 주신 시민분들은 처음 대면한 그 땅으로 들어서선 얼굴을 어루만지듯 천천히 이곳저곳을 둘러보았습니다.

제 2회 오소리제는 대금(정인교)과 가야금(정미호) 협주 공연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생명의 약동을 격려하는 듯한 봄 햇살 아래 대금과 가야금 소리가 울려퍼졌고 나뭇잎들이 거기 응답하듯 바람에 흔들렸습니다. 한편의 대화와 같았던 그 장면이 여전히 생생합니다.

이어 ‘뒷동산 한바퀴: 봄’ 프로그램이 이어졌습니다. 이번 주제는 ‘땅파는 동물’이었습니다.

우리는 야생신탁 땅 경계를 천천히 걸은 후 땅 입구 ‘질경이길’에 멈춰섰습니다.

그곳에서 작년 가을 야생신탁 땅에 귀환한 멧밭쥐에 관해 이야기했습니다.

우리나라 설치류 중 가장 작은 멧밭쥐는 초지에서 풀줄기를 기둥삼아 새둥지같은 집을 짓는데, 풀이 쓰러지는 늦가을이 되면 풀더미 아래 얕은 굴을 팝니다.

우리는 야생신탁 땅 풀 줄기를 타는 멧밭쥐를 상상하며 ‘두더지길’로 향했습니다.

두더지길을 걷기 전 올해 봄 오소리가 발견된 곳에 서서 잠시 오소리의 귀환을 축하했습니다.

그리고 아주 작은 소리의 진동, 파동을 감각하는 두더지가 우리가 걷는 땅 아래 어딘가에서 우리를 느끼고 있을수도 있다고 생각하며 그 길을 걸었습니다.

두더지무덤이라 불리는 수직굴을 지나치면서는 땅 속에 굴을 만듦으로써 공기를 순환시켜 토양을 건강하게 만드는 두더지에게 감사한 마음을 갖기도 했습니다.

이어 키큰나무들이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놓은 평지숲으로 들어갔습니다.

그 숲 입구에는 딱따구리들이 여기저기 집을 만들어 놓은 은사시나무가 있고, 숲에 들어서면 어느 한쪽에 은방울꽃 군락이 있습니다.

저온다습하고 부식질이 많은 낙엽활엽수림에서 잘 자란다더니 영락없이 그런 곳에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그 숲을 지나 최근에 야생신탁 시민모니터링단이 발견한 오소리 먹이 흔적 구덩이에 갔습니다.

그곳에서 우리는 오소리의 귀환 앞에서 어떤 태도를 가져야할지 이야기했습니다.

다시 야생신탁 땅에 돌아와서 모두는 그곳에 다녀간 하나의 생명으로서 야생방명록을 남겼습니다. 곧 흩어질 가벼운 흔적이었습니다.

그 흔적만 남긴채 우리는 바람처럼 그 땅을 떠나왔습니다.

내년엔 또 어떤 생명이 귀환할까요?

제 3회 오소리제도 무척 기다려집니다.

뜻깊은 자리에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오소리제에 관심을 갖고 이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도 평화를 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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