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을 대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방식과 마음의 층위가 있습니다. 단순 시각적인 대상으로 접하거나 소비하기도 하고, 더 나아가 이야기의 주제로 삼아 상상력을 발휘해보기도 합니다. 또는 과학적 대상으로 여겨 연구라는 행위를 통해 대상 생물의 본질에 더 가깝게 다가가고자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어쩌면 생물은 특정 관점이나 방법론을 통해 탐구하거나 심화할 ‘대상’이 아닌지도 모릅니다. 생물과 나를 동일선 상에 놓고 마주하며 온전한 생명체로 여기고 정신적, 물질적 소유 관계로부터 탈피한 ‘마주함’이야말로 우리가 추구할 생명에 대한 자세가 아닐까요? 생물에 대해 가져봤던 다양한 관심사의 영역에서 하나의 생물을 접근해보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식론적 궤적과 성찰을 그려보는 의미로서 기획한 전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