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8월 21일 수요일, 야생신탁 강연모임 ‘죽은 땅들의 사회’가 열렸습니다.
‘죽은 땅들의 사회’는 부동산의 시대에 살면서도 생명 공동체 땅의 가치를 되살리려 애쓰는 사람들의 강연 모임입니다. 우리는 땅의 힘을 노래했던 시인, 원주민 등이 남긴 문장을 읊고 다양한 학문 분야의 시각을 통해 토지의 존재 의의를 되짚고자 했습니다.
땅 속 지하에서 열린 이 모임은 땅에서 들릴 법한 풀벌레 소리, 사람을 비롯한 다양한 동물들의 발자국 소리가 쭉 함께했습니다.
강연 모임의 시작은 김산하 대표, 허수민 인턴연구원, 정창윤 작가, 성민규 연구원의 땅에 관한 시 낭송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불어, 스페인어, 한글로 땅을 찬미하는 단어들이 행사장에 가득 찼습니다.
그리고 강연이 이어졌습니다. 이날 강연자들은 ‘균근’이라 불렸습니다. 균근이 균사체를 통해 땅 속에서 얽히고 설켜 네트워크를 형성해 식물과 식물 사이를 물리적으로 연결하듯, 이날 강연자들은 야생신탁이라는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죽은 땅들의 사회라는 네트워크를 통해서 땅을 문화적으로, 생태적으로, 제도적으로, 철학적으로 함께 사유해볼 연결점을 주는 존재로서 기능했기 때문입니다.
첫 번째 강연은 야생신탁을 기획, 담당한 생명다양성재단 연구원 박지연 균근의 야생신탁 강연이었습니다. 박지연 연구원은 야생신탁의 시작 이전, 시작, 진행과정, 이후의 기대, 의의 등에 관해 자세히 이야기했습니다.
두 번째 강연은 서울대학교 야생동물학 연구실 박사과정인 최서윤 균근이 진행해 주었습니다. 과거 노르웨이자연과학연구기관의 북극여우 복원팀에 일했을 당시의 생생한 현장 모니터링 경험담과 함께 현재 야생신탁 선정지 부근에서 진행중인 너구리 연구 진행 상황에 대해서 말씀을 전해주셨습니다. 동물에게 서식지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세 번째 강연은 야생신탁의 법률 파트너인 변호사 김보미 균근이 맡아주셨습니다. 지구법학회의 회원이기도 한 김보미 균근은 지구법에 관해 설명해 주셨고, 자연의 권리를 인정한 국내외 사례를 소개해 주셨습니다. 인간의 권리와는 다른 자연의 권리에 대해 들으며 자연의 입장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철학자이자 중앙대 인문콘텐츠 연구소 연구교수인 문규민 균근은 신유물론을 소개하며 땅의 행위성에 대해 설명해주셨습니다. “지금까지의 도시화는 땅의 행위성을 박탈하고 있”으며 여기에서 비롯된 문제는 “땅의 행위성을 재구성함으로써 해결될 수밖에 없다”는 말씀이 무척 인상깊었습니다.
박지연 연구원의 강연 일부를 공유드립니다.“제가 야생신탁에서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땅이 부동산인 현 제도’와 ‘소비로 권리를 사는 현실’을 타고 거기에서 벗어나 버린다는 점입니다. 우리가 부동산을 사면 그곳을 파괴할 권리까지 얻게 되잖아요. 누군가의 서식지였던 곳의 나무를 베고 땅을 파서 집을 짓고 경치 좋은 리조트를 만들고 이런 일은 현 시대에서 대부분 도덕적으로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야생신탁은 소비로 부동산을 사고 땅에 대한 권리를 얻어서 우리가 획득한 권리를 땅에, 자연에 줘버리는 것이죠. 저는 이 탈체제적인 면이 정말 맘에 듭니다. ‧‧‧ 한편 이 야생신탁의 의미는 오히려 사회-생태적 시스템 내에서 훨씬 유효하게 작용할 것입니다. 사회-생태적 시스템은 인간과 자연시스템 상호작용을 포함하고 있으며 자연 속의 인간이라는 통합된 개념을 말합니다. 저는 이 야생신탁이 사회와 생태적 시스템 사이를 더 강하게 연결시키는 방식을 제시한다고 생각합니다.”
강연 1 '야생신탁: 부동산을 땅으로, 생명 공동체로' (박지연 생명다양성재단 연구원)
강연 2 '야생동물이 살아가는 땅' (최서윤 야생동물학 연구실 박사과정)
강연 3 '지구 법학과 생명공동체로서의 땅' (김보미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