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12일
야생신탁 프로젝트 대상지를 소개하였습니다.
야생신탁 프로젝트 선정지는 경기 파주시 조리읍(條里邑)에 위치해 있습니다.
조리동면으로 불렸던 조리읍은 공릉산(恭陵山) 정상에서 사면으로 뻗은 가지(條) 모양의 산줄기를 따라 골짜기마다 마을이 형성되었다 하여 붙은 이름이라고 합니다. 공릉산은 조선 8대 국왕 예종의 정비인 장순왕후의 능, 공릉이 있는 산입니다. 현재 조리읍에는 파주 삼릉이라 불리는 공릉, 순릉, 영릉을 중심으로 한 녹지, 녹지 아래를 흐르는 공릉천, 녹지 위의 공릉호 등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선정지는 이 녹지, 저수지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다음 토양환경지도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선정지는 곡간지(하천이 흐르는 골짜기, 골짜기밭)/선상지(부채 모양의 퇴적지)로 분류되는데, 산지와 접해 있습니다. 위로는 고산천 주변의 하성평탄지(퇴적물의 운반 매체에 따라 강물에 의하여 운반 퇴적된 평지), 공릉호를 볼 수 있지요.
18세기 중반에 제작된 『해동지도』에서는 선정지와 연결된 공릉, 순릉이 혜음령으로 이어지는 산줄기를 볼 수 있는데요. 예부터 혜음령은 한양으로 통하는 주요 길목으로서 교통의 요지였으나, 맹수와 도적이 들끓었다고 합니다. 김부식의 『혜음사신창기』에 따르면 “1109년 8월, 예종은 신하인 이소천에게 남부 지방에 대한 암행을 지시하여 이 지역이 사람의 통행이 많으나 산세가 높아 호랑이나 산적이 출몰하여 1년에 1백 여 명이 살해된다는 ∙∙∙”과 같은 내용이 나오기도 합니다. 현재 혜음령과 선정지 부근의 녹지는 도로로 단절되어 있지요.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이곳의 생물다양성은 꽤 주목할 만 합니다.
포유류를 예로 들자면 선정지에서 반경 1km도 채 떨어져 있지 않은 공릉호에서는 고라니, 너구리, 오소리, 멧돼지, 청설모, 들개, 고양이 등이 발견되었습니다. 해당 지역에서 야생동물 모니터링을 진행 중인 분의 말에 따르면, 해당 지역은 차량 이동량, 방문자들이 상당히 많은 지역임에도 서식처 연결성이 비교적 좋아 다른 지역에 비해 동물상이 다양한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특히 근방 도시의 구릉 지역에서는 찾기 어려운 멧돼지, 오소리가 많이 보여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는 지역이라는 말씀도 덧붙여 주셨습니다.
현재 선정지 내에는 밭과 낮은 건축물이 들어서 있는데요. 야생생물들이 본연의 모습대로 살아가는 데 방해가 되는 인공 요소들이 사라진다면 땅은 그 곳에 살거나 드나드는 생명들과 더불어 어떤 가능성을 피워낼까요? 무척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