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 용도

도토리 품평회

 <도토리 품평회>는 주변의 물건, 음식, 작품, 정책, 공간, 캠페인, 프로젝트 등 다양한 분야를 대상으로 생명다양성의 관점에서 눈에 띄는 것을 평을 하는 코너입니다. 좋은 건 더 많이 나누고, 나쁜 건 가능한 한 피하는데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이지요. <도토리 품평회> 그 두 번째 순서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이번 ‘도토리 품평회’에서는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물건이나 식자재 등을 구입하기에 좋은 곳들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아무래도 주제의 성격상 각자의 동네에 해당되는 내용이겠지만, 우연히 비슷한 동네에 계신 분이라면 유용한 정보가 되겠고, 그렇지 못해도 어떤 점들에 착안하는지 등을 서로 나누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창의 용도

요즘 들어 창은 미세먼지라는 적을 막거나 대항하는 용도로만 쓰이는 것 같습니다. 혹은 누군가 담배를 태우거나 반대로 그 태워진 담배 연기를 차단하는 용도이거나요. 주변의 소음 때문에 닫아놓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어쨌거나 긍정적인 용도보다 부정적으로 더 많이 쓰이는 것 같습니다. 올해 여름 저의 반려견 손짜장이 알려준 긍정적인 창의 용도를 여러분께 나눠봅니다.

짜장이는 보통 7시 반 정도에 아침을 먹겠다고 저를 깨우곤 했습니다. 대충 제 기상 시간이기도 했죠. 헌데 8월 즈음부터 저를 보통보다 훨씬 이른 시간에 깨우기 시작했습니다. 무려 5시반! 저 같은 저녁형 인간을 꼭두새벽에 깨우다뇨! 이건 거의 전쟁선포 아닙니까? 나름대로 저도 제 의사를 명확히 전달하기 위해 이불을 뒤집어쓰거나 짜장이를 껴안고 다시 잠드는 전략을 썼습니다. 좀 먹히나 싶었는데, 세상에나 마상에나 짜장이는 도저히 일어나지 않고는 베길 수 없는 맞대응 전략을 귀신같이 만들어 냈습니다. 그 전략이란 게 침대 가장자리, 그것도 머리맡의 가장자리를 계속해서 긁어대는 것이었습니다. 일단 몸을 일으켜 직립보행 자세를 잡은 뒤, 발톱을 세워 침대벽을 마구 긁기 시작하면 그 소리가 침대 매트리스를 통해 울리면서 소리가 귀를 타고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뇌를 타고 들어오는 것 같았습니다. 게다가 가장자리라 제 손이 닿지도 않아서, 살려달라는 말만 되뇌다가 억지로 일어날 수밖에 없었으니 둘 중 누가 더 나은 전략가였는지는 뻔하죠.

아침이 시작됐다

 

그런데 그게 그렇게 나쁜 것만도 아니더라고요? 5시 반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웬수 놈의 밥상을 대령하고 다시 침대로 골인하곤 하다가 어느 날 문득 아름다운 빛이 흘러들어오는 창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커튼을 살며시 걷어보니 눈부신 빛이 저 멀리서 하늘과 땅의 경계를 긋고 있었습니다. 일출! 학교를 다니고 직장을 다니며 일출을 보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요?

2018. 08. 17. 06:16 AM

그날로 웬수님 밥상을 차린 후에는 따뜻한 커피를 내려서 아예 의자에 자리를 잡고 앉아 일출을 구경하는 게 일과가 되어버렸습니다. 일과까지야 싶지만, 이게 여러분도 꼭 한번 해보시라니까요. 태양의 그 때 그 때 컨디션을 보는 재미 같은 건데, 구름이 없을 때나 적을 때, 그리고 많을 때 물들어가는 모습이 매일이 다르고 또 매일 그 순간에 사라지는 작품들입니다. 그 날, 그 시간에 창을 연 소수만이 누리는 특권이랄까요. 뭐 요즘 날씨가 날씨다보니 꼭 열 필요도 없겠습니다. 창을 밀거나 당기거나 올리는 행위 없이 그저 창 앞에 서기만 해도 됩니다. 창틀의 색이나 재질도 문제될 건 없죠. 아 참, 유리에 색깔을 넣었다면 여는 행위가 필요하긴 하겠습니다. 창에 일명 뽁뽁이를 붙인 분들도 마찬가지로 열긴 해야겠네요. 이 일출 보는 재미에 푹 빠지면 그깟 몇 분간의 미세먼지나 추위는 잠시 잊게 될 겁니다. 늘 외부의 적을 막는 용도였던 창을, 이 기회에 다시 아름다운 것들을 받아들이는 용도로 전환해 봄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