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무덤

도토리 품평회

새로운 코너 <도토리 품평회>는 우리 주변에서 접하는 물건, 소비재, 작품, 정책, 공간, 캠페인, 프로젝트 등 다양한 영역에서 생명다양성의 정신과 관점에서 보았을 때 눈에 띄는 것을 선정해서 나름의 평을 하는 자리입니다. 생명다양성재단 사무국 식구가 돌아가면서 한 가지 대상을 골라 개인적인 평을 곁들여 여러분에게 선보이고자 합니다. 생명과 가까운 삶을 살고자 하는 우리 모두에게 좋은 건 더 많이 나누고, 나쁜 건 가능한 한 피한다면 전혀 나쁠 것 없겠지요? 그래서 시작해봅니다. 도토리 품평회!


나무 무덤


© Copyright Philip Halling

2014년 경기도 광명에 문을 열면서 스웨덴의 가구 기업 이케아(IKEA)는 이제 제법 친근한 존재로 자리 잡았다. 이전에는 대행업체나 해외직구를 통해서만 구입할 수 있었기에 본래 가격보다도 꽤 비쌌고, 또 번거롭기도 해서 눈독만 들이던 차에 이사를 하면서 그 빌미로 구경을 갔다. 세상에! 그 곳은 마치 어른 버전의 놀이동산 같았다. 진입로부터 시작된 쇼룸을 하나하나 빠뜨리지도 않고 들르며 필요한, 혹은 필요한 이유를 찾아가며 쇼핑을 시작했고, 그렇게 7시간 30분을 머물렀다. 그러고선 완전히 질릴 법도 한데, 그 다음 방문에서도 거의 비슷한 시간을 머물렀다. 참고로 첫 번째는 남자친구와, 두 번째는 사무국 식구 둘과 함께였는데, 첫 번째 동행자는 거의 건물 밖으로 뛰어내릴 뻔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고, 두 번째 동행자들은 시간이 모자랐다며 조속한 다음번 방문을 약속했다. 이케아 방문은 원만한 인간관계 지속을 위해 반드시 이런 행위를 즐길 수 있는 대상과 동행해야, 아니 동행하거나 혼자이길 추천한다. 혹은 정리하고 싶은 인간관계에 이용하면 적당하다. 어쨌든 두 번째 방문까지 흡사 근무 시간을 쓰고 오자 남자친구가 반문했다. “환경 생각하는 사람이 나무 무덤을 왜 그렇게 좋아해? 나무 공동묘지잖아.”

‘나무 무덤’이란 단어가 귀에 들리자 이케아 쇼룸을 넘나들며 즐거워했던 내 모습이 불편하고 느리게 머릿속에서 재생되었다. 실제로 매년 세계에서 생산되는 목재의 1%가 이케아 가구 제작에 쓰인다고 한다. 단 한 개의 기업이 세계 목재 생산량의 1%를 소비한다는 건 실로 엄청난 물량이다. 이케아에서의 17시간이 회의감으로 점철될 즈음, 광명을 찾았다. 이케아 가구 재질이 나에게 손을 뻗었다. 국내를 비롯한 가구 업체들은 원가 절감을 위해 MDP(중간밀도 섬유판)이나 PB(파티클보드)를 주로 사용하는데, 이는 목재를 곱게 갈아 접착제로 반죽해 고온고압에서 굳힌 것이다. 이 과정에서 쓰이는 접착제 성분에 따라 1급 발암물질인 ‘포름알데히드’가 길게는 5년까지 방출되는데, 방출량을 기준으로 등급이 나뉜다. 0.3(mg/ℓ) 이하는 SE0, 0.3-0.5 는 E0, 0.5-1.5 는 E1, 1.5-5 는 E2 등급이다. 민감한 사람의 경우 실내 공기 중 0.04ppm 만 노출되어도 아토피 증상이 있을 수 있고, 1ppm 농도에 5년간 노출되면 1만 명 중 14명은 확실히 암에 걸린다는 보고도 있다. 미국과 일본의 경우 SE0 이상, 유럽의 경우 E0 이상만 실내 가구에 허용되는데, 국내는 E1도 가능하다. 국제 기준으로 E1은 가까스로 판매가 가능한 최하 등급이다. E2는 아예 판매가 금지된다.

이케아는 SE0(약 0.4mg/ℓ이하) 등급만 사용한다. 국내의 경우 일룸이 E0 등급을 사용하고 있었고, 리바트와 한샘이 E0 와 E1 을 혼용하고 있었다. 그 외 까사미아, 보루네오, 제니스, 소프시스 등은 모두 E1 등급을 사용하고 있었다. 이로서 양심의 가책을 조금은 덜었다. 이케아가 그래서 광명에 있나 보다.